뮤지컬이 아닌 1인극 ‘지킬 앤 하이드’는 어떨까.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2관에서 연극 ‘지킬 앤 하이드’ 프레스콜이 열렸다. 장면 시연 후 진행된 간담회에는 이준우 연출,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이 참석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예술가들의 불멸의 모티프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1인극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의 주인공인 ‘지킬’이 아닌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어터슨’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지킬’과 ‘하이드’의 비밀과 갈등, 그로 인한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이준우 연출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워낙 유명해서 부담이 많이됐다. 한편으로는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1인극으로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야기를 ‘어터슨’의 시점으로 전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연출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배우들은 무대를 ‘도살장’ 혹은 ‘사형장’, ‘링’이라고 말한다. 배우들은 숨을 곳이 없는 가혹한 무대지만, 배우들이 잘 보여야하고 배우들이 이끌어야 하는 이야기인만큼 배우들의 힘으로 관객들의 상상을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가 동명의 뮤지컬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 연출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뮤지컬 혹은 다른 경로로 이야기를 알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원작 소설을 읽은 분은 많지 않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어터슨’의 시선으로 그린 점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도착 지점에 관객들에게 찾아가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안에도 하이드가 있을 수 있다. 어터슨이라는 변호사는 자신의 친구 지킬을 지키고자 하지만 사실은 나쁜 놈을 찾아야겠다며 폭력에 이끌리는 지점이 있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폭력을 소비하고 즐기는 면이 있지 않냐는 것이다. 자극적인 뉴스, 사건 혹은 잔혹한 범죄를 두려워하고 안타까워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찾아보고 어떤 면에서는 소비하는 면이 있다. ‘지킬 앤 하이드’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꼬집어주는게 아닐까 싶다. 관객들에게 그런 질문을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에는 연극과 뮤지컬,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실력파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이 출연하며 4인 4색의 1인극 무대를 선보인다. 배우들은 극 중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는 ‘퍼포머(Performer)’로 표현된다. 배우들은 홀로 90분간 극을 이끌어나간다.
최정원은 “자신과의 싸움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2004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태어나 처음으로 1인극을 했었다. 그 때 공연이 끝나고 30분 동안 울면서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상대가 있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가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이후에 나는 1인극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나를 위한 나만의 도전을 위해서 ‘지킬 앤 하이드’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도전을 해서 성공한 것 같다. 이제 다시는 1인극을 안하겠다는 마음을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고훈정은 “1인극을 지금 아니면 도전할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봤는데 시간은 많이 없고 외울 수 있을까 의구심이 컸다. 이왕 선택한 거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했다. 탄수화물을 자제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탄수화물을 먹어야 머리가 돌아간다고 해서 밥도 먹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얻은 게 많다. 앞으로의 공연을 통해서 무엇을 더 얻게 될지 기대된다. 이 도전을 성공했을 때 어디서든 얻을 수 없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석광은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재밌어서 빨리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 과정 중에 목표가 생겼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무대에 올라왔는데 대사가 하나도 생각이 안났다. 어떻게 극복해나가야할지 고민을 했다. 자기 말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이 산을 오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기둥은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지킬 앤 하이드’를 알지만 다른 느낌의 비릿함이 있었다. 그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성적,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어터슨’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지킬 앤 하이드’의 입장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오는 5월 6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