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저작권법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저작권집중관리단체의 투명성 확보 방안’ 학술 세미나가 5일, 서울 중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저작권신탁관리제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실제로 저작권집중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권리자 단체는 발표자와 토론자 명단에서 배제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권리자 및 이해관계자는 이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표하며, 세미나의 논의가 감독권 강화, 예산 개입 등 규제 중심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한양대 박성호 교수가 주장한 집중관리단체 예산 편성 지침의 저작권법상 의무화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예산 승인권 신설 방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해당 방안이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사단법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투명성과 민주적 거버넌스를 명분으로 국가가 민간의 예산을 직접 통제하려는 접근은 K-콘텐츠의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확장하려는 ‘K-집중관리제도’의 근본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간 예술·문화 생태계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은 창작의 자유와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책 방향으로는 결코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현장을 찾은 창작자와 집중관리단체 관계자들 역시 다양한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세미나에서 제기된 일부 제도 개선 방안, 특히 예산 승인권 도입 등 규제 중심의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작곡가 A씨는 “세미나에서 권리자와 집중관리단체의 목소리가 빠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 같은 주제는 당사자의 참여 없이는 논의 자체가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회는 지급내역서 공개, 일반회계 지출 등 투명한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실질적인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오히려 방송사가 큐시트를 제공하지 않는 등 이용자 측의 비협조”라고 강조했다.
작사가 B씨는 “예산 승인권 신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민간단체의 총회를 통해 승인된 예산을 다시 국가가 승인한다는 것은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도 징수규정 승인 제도 등으로 인해 창작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입법 규제는 오히려 제도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의 C씨도 “저작권 생태계의 개선은 집중관리단체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이용자 측의 정보 제공 의무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탁단체마다 운영 구조와 특성이 다른데도 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려는 접근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투명성은 단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일본처럼 집중관리단체와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사용료를 결정하고, 상호 간 정보 제공 의무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집중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권리자 단체와 이용자 양측의 책임과 역할을 균형 있게 조명해야 하며, 제도 개선 논의 역시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참여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리자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논의는 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향후 창작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제도 설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