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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만난 건 행운”…정려원은 ‘하얀 차’를 타고 [인터뷰]

한현정
입력 : 
2025-10-29 07:00:00
“스크린 갈증 컸는데…선물 같은 영화 개봉 감격”
“인복 많은 감독·진짜 어른 이정은…나도 좋은 배우·사람 되고파”
“샤크라 덕분에 배우로 롱런, 옛 동료 보나 진심으로 응원”
배우 정려원. 사진 I 바이포엠
배우 정려원. 사진 I 바이포엠

깜짝 선물 같은 배우 정려원이 자신 만큼 반가운 신작을 들고 관객들과 만난다. 믿고 보는 배우 이정은과 함께 처절한 열연을 펼친, 워맨스릴러 ‘하얀 차를 탄 여자’를 통해서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 분)이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JTBC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마이 유스’ 등을 연출한 고혜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극 중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는 주인공 도경으로 분한 정려원은 ‘검사내전’ 이후 5년 만에 고 감독 재회했고, 이정은과는 처음 함께 호흡을 맞췄다.

개봉 전날인 2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영화는 내게 먼 장르로만 여겨졌는데 개봉 자체 만으로도 꿈을 이른 느낌”이라며 “무대 스크린 등 항상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 하고 싶어헸다. 특히 영화와는 좀처럼 연이 닿질 않아 아쉽고,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 처음부터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 진 건 아니다. 그저 감독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뭐든 해보잔 느낌으로 시작된 게 관계자 분의 눈에 띄어 부천영화제 용으로 편집돼 출품했고, 개봉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애초 1~2부작 추석 특집극(드라마)로 제작됐다가 스크린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 꿈 같고, 예상치 못한 보너스 혹은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그는 고 감독에 대해 “처음엔 영어권 사람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해외 생활을 오래 한 거였다. 아무래도 내적 친밀감이 생기더라”라며 “사람들 이야기를 잘 경청하면서도 끼가 있었고, 치고 빠지는 걸 굉장히 잘 한다. 어떤 말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하는 게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인복이 타고난 것 같다. 선배들한테 인기가 많아 추후에도 작품을 제안하면 함께 하고 싶어할 선배들이 많을 것 같다. 나 또한 잘 맞고 좋았다”며 애정을 보였다.

배우 정려원. 사진 I 바이포엠
배우 정려원. 사진 I 바이포엠

평소 팬이었던, ‘믿고 보는 배우’ 이정은과의 첫 호흡은 그야말로 존경심이 절로 생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단다.

정려원은 이정은을 두고 “찐 어른”이라며 “삶의 태도가 아름답다. 선배처럼 나이가 들고 싶다”고 남다른 신뢰를 보였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소금을 미리 치지만, 선배님은 먼저 맛을 보고 나서 소금을 뿌린다. 그냥 사람이 멋있으니까 이런 것도 다 멋있어 보였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후배들과 격 없이 어울어지셨다. 그 모습 자체도 멋있지만, 후배들이 선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더 그랬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니까. 공효진, 이연 배우와 함께 경주 기행을 갔을 때도 선배를 어려워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더라.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항상 힘든 일이 있을 때 모든 걸 쏟아내고 울어도 이해해주시고,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해결책도 제시해주실 것 같은 분”이라며 “배우는 걸 게을리하지 않으시더라.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했고 짧게나마 그분의 인생 안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한 번은 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제 안에 있는 감정을 다 언어화해보라고 하셨어요. 그 훈련을 하다 보니 정말 나아지더라고요. 제 안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기 시작한거죠. 답답했던 게 싸악~(웃음)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난다고 해야 하는 걸 다 한 주머니에서 해결하려 했던 게 문제였던 거죠. 스스로 제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고, 좋은 배우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야겠단 생각을 내내 했어요.”

배우 정려원. 사진 I 바이포엠
배우 정려원. 사진 I 바이포엠

어느덧 데뷔 25년 차, 2000년 4인조 걸그룹 샤크라로 데뷔해 오랜 기간 배우로서 활동 중인 그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는 정려원은 “나름 대로는 (배우로서) 잘 걸어오지 않았나 싶다. 숫기가 없어 가수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배우의 꿈은 아예 못 꿨을 것 같다. 가수 활동 덕분에 카메라를 보는 법도, 여러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도 알게 됐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패 같은 인격의 한 막이 형성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 걸어왔다. 마냥 숨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샤크라 멤버 보나가 최근 JTBC ‘싱어게인4’에 출연했던 것에 대해서도 “너무 반가웠고, 그 친구의 새로운 도전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노래도 랩도 잘 하는, 재능이 워낙 많은 친구였다. 뭐든 잘 이겨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이미 제22회 샌디에이고 국제영화제 ‘BEST INTERNATIONAL FEATURE’ 수상,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스릴(Thrill) 부문 공식 초청,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과 화제성을 입증했다.

오늘(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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