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복 많은 감독·진짜 어른 이정은…나도 좋은 배우·사람 되고파”
“샤크라 덕분에 배우로 롱런, 옛 동료 보나 진심으로 응원”
깜짝 선물 같은 배우 정려원이 자신 만큼 반가운 신작을 들고 관객들과 만난다. 믿고 보는 배우 이정은과 함께 처절한 열연을 펼친, 워맨스릴러 ‘하얀 차를 탄 여자’를 통해서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 분)이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
JTBC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마이 유스’ 등을 연출한 고혜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극 중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는 주인공 도경으로 분한 정려원은 ‘검사내전’ 이후 5년 만에 고 감독 재회했고, 이정은과는 처음 함께 호흡을 맞췄다.
개봉 전날인 2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영화는 내게 먼 장르로만 여겨졌는데 개봉 자체 만으로도 꿈을 이른 느낌”이라며 “무대 스크린 등 항상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 하고 싶어헸다. 특히 영화와는 좀처럼 연이 닿질 않아 아쉽고,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 처음부터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 진 건 아니다. 그저 감독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뭐든 해보잔 느낌으로 시작된 게 관계자 분의 눈에 띄어 부천영화제 용으로 편집돼 출품했고, 개봉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애초 1~2부작 추석 특집극(드라마)로 제작됐다가 스크린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 꿈 같고, 예상치 못한 보너스 혹은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그는 고 감독에 대해 “처음엔 영어권 사람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해외 생활을 오래 한 거였다. 아무래도 내적 친밀감이 생기더라”라며 “사람들 이야기를 잘 경청하면서도 끼가 있었고, 치고 빠지는 걸 굉장히 잘 한다. 어떤 말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하는 게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인복이 타고난 것 같다. 선배들한테 인기가 많아 추후에도 작품을 제안하면 함께 하고 싶어할 선배들이 많을 것 같다. 나 또한 잘 맞고 좋았다”며 애정을 보였다.
평소 팬이었던, ‘믿고 보는 배우’ 이정은과의 첫 호흡은 그야말로 존경심이 절로 생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단다.
정려원은 이정은을 두고 “찐 어른”이라며 “삶의 태도가 아름답다. 선배처럼 나이가 들고 싶다”고 남다른 신뢰를 보였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소금을 미리 치지만, 선배님은 먼저 맛을 보고 나서 소금을 뿌린다. 그냥 사람이 멋있으니까 이런 것도 다 멋있어 보였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후배들과 격 없이 어울어지셨다. 그 모습 자체도 멋있지만, 후배들이 선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더 그랬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니까. 공효진, 이연 배우와 함께 경주 기행을 갔을 때도 선배를 어려워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더라.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항상 힘든 일이 있을 때 모든 걸 쏟아내고 울어도 이해해주시고,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해결책도 제시해주실 것 같은 분”이라며 “배우는 걸 게을리하지 않으시더라.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했고 짧게나마 그분의 인생 안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한 번은 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제 안에 있는 감정을 다 언어화해보라고 하셨어요. 그 훈련을 하다 보니 정말 나아지더라고요. 제 안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기 시작한거죠. 답답했던 게 싸악~(웃음)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난다고 해야 하는 걸 다 한 주머니에서 해결하려 했던 게 문제였던 거죠. 스스로 제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고, 좋은 배우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야겠단 생각을 내내 했어요.”
어느덧 데뷔 25년 차, 2000년 4인조 걸그룹 샤크라로 데뷔해 오랜 기간 배우로서 활동 중인 그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는 정려원은 “나름 대로는 (배우로서) 잘 걸어오지 않았나 싶다. 숫기가 없어 가수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배우의 꿈은 아예 못 꿨을 것 같다. 가수 활동 덕분에 카메라를 보는 법도, 여러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도 알게 됐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패 같은 인격의 한 막이 형성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 걸어왔다. 마냥 숨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샤크라 멤버 보나가 최근 JTBC ‘싱어게인4’에 출연했던 것에 대해서도 “너무 반가웠고, 그 친구의 새로운 도전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노래도 랩도 잘 하는, 재능이 워낙 많은 친구였다. 뭐든 잘 이겨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이미 제22회 샌디에이고 국제영화제 ‘BEST INTERNATIONAL FEATURE’ 수상,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스릴(Thrill) 부문 공식 초청,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과 화제성을 입증했다.
오늘(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