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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주전쟁’ 유해진 “삶에도 뉴 밸런스 필요...매일 뛰는 이유요?”

양소영
입력 : 
2025-06-09 12:24:30
“IMF 와닿지 않던 이유? 버스비 아까워 걸어다녀”
“반듯한 이제훈, 다른 작품서 다시 만나고파”
유해진이 ‘소주전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쇼박스
유해진이 ‘소주전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쇼박스

‘천의 얼굴’로 불리는 배우 유해진(55)이 이번엔 IMF 시절에 녹아들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으로 그룹이 해체된 진로그룹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유해진은 국보 재무이자 회사를 지키려는 표종록을 맡아 열연했다. 개봉 첫날 3위로 출발했으나, 영화 ‘하이파이브’ ‘드래곤 길들이기’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유해진은 “잘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은 있다. 아마 계절적으로 그렇고 오락적인 영화를 많이 볼 테니까. 저희는 오락적인 것보다 생각하게 한다는 면이 있고,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무겁더라고 잘 갈 때가 있는데, 이게 참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영화의 운명 같은 것”이라며 “무대 인사하면서 보니까 IMF를 알만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분들에게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더라. 요즘에는 소문이 좋으면 가서 보더라. 저희 작품이 뒷심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해진이 ‘소주전쟁’에 출연한 이유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2030이 관심 가질까 걱정하긴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요즘 세대들은 거슬림 없이 쭉 흘러가길 바라는 것 같다. 그 흐름에 ‘인터미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록과 인범의 삶도 누가 좋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많은 작품이라고 들었다. 가치를 어디에 두며 살까. ‘뉴 밸런스’가 필요하다. 종록처럼 산다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요즘 세상에서 보면 모두를 살리려고 하는 건 대단하지만 가정에는 너무 충실하지 못했다. 가정도 돌보면서 해야 한다. 남들에게 좋은 삶일 줄 모르겠지만 가정을 돌보면서 살았어야 한다. 인범과 조금 믹스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유해진은 종록 캐릭터에 대해 “돌이켜보면 그런 아버지가 많았던 것 같다. 가정보다 일이 먼저인 옛날 아버지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때는 대부분 가정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저는 IMF 때 우리나라가 힘들다는 걸 매체를 통해서만 알았다. 당시 연극하고 있었는데, 저희 극단은 시간이 불규칙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여건도 안 됐다. 버스비 아까워 걸어 다닐 때라 피부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유해진이 ‘소주전쟁’에서 함께한 이제훈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쇼박스
유해진이 ‘소주전쟁’에서 함께한 이제훈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쇼박스

유해진은 인범을 연기한 이제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이제훈은 인터뷰에서 유해진을 “한국 영화 그 자체”라고 표현하며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유해진은 “못 봤는데, 진짜 그렇게 말했나”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이제훈은 외모부터 정갈함이 있고 반듯함이 있다. 연기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저도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는 선배라고 했는데, 촬영 끝나고 문자로 ‘형’이라고 부르더라. 그게 반갑고 좋더라. 좋게 말하면 쿨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 친구에게 ‘형’이라고 문자가 오니까 정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고맙고, 그런 문자가 올 때 감동이 온다”고 말했다.

오랜 절친이자 극 중 빌런으로 나온 손현주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형이 빌런 역을 제대로 해줬다. 바탕을 잘 깔아줬다. 배우로서 정말 좋아하는 형이다. 사람이 틀에 박힌 연기를 할만한데 그런 게 없는 배우다. 이번에 촬영할 때도 어쩌다 조금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형이 연기한 게 맞더라. 이번 작품을 같이 해보니까 정말 몸을 안 사리고 연기한다. 이전에 받은 수술 자국도 보여줬는데, 제가 요령 좀 가지라고 했다. 요령을 피울만 한데, 그렇게 안 하더라. 열정이 참 많다”고 치켜세웠다.

유해진이 자신만의 행복에 대해 말했다. 사진|쇼박스
유해진이 자신만의 행복에 대해 말했다. 사진|쇼박스

영화 ‘야당’에 이어 ‘소주전쟁’으로 관객과 만난 유해진은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현재 ‘왕과 사는 남자’를 촬영 중이고,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 출연을 앞두고 있다.

유해진은 삶의 가치를 묻자 “제가 바라는 건 피해 주지 않으면 행복하게 살자고 생각한다. 제가 누리는 것도 많고 행복한 부분이 많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어려운 시기에 계속 연기할 수 있다는 건 너무 행복하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연극했던 동료들이 단역으로 함께 촬영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즘 다들 작품이 없다고 하니까. 어떻게 보면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서 산다는 게 축복받은 일”이라고 돌아봤다.

“연기하지 않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 한잔하고 그래요. 제가 어디서 영상을 봤는데, 100년을 살아온 어떤 외국 분이 ‘오늘을 즐기며 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제가 매일 뛰는 것도 하루에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섭니다. 내가 현재 살아있다는 고마움을 느끼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뛰는 거죠. 지금 드는 생각은 맛있는 걸 먹으면서 밥 값 걱정 안 할 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어요.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면서 가격 걱정하지 않고 더 먹으라고 할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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