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사들4’에서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파헤쳤다.
지난 14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연출 이지선) 58회에는 수원팔달경찰서 최영철 경감, 신재진 경감,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이날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아랫집 여자가 거실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신고에서 시작됐다. 신고자는 아랫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확인하던 중, 한 남성이 어떤 집에서 튀어나와 도망가는 모습을 목격했고 뒤쫓았으나 놓쳤다. 그 집 안에서는 한 여성이 이미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왼쪽 어깨에는 15cm 쇠날의 일자 드라이버가 꽂혀 있었고, 총 13곳의 자상이 확인됐다. 집 안에는 피해자 혼자 있었으며 장롱 문과 책상 서랍이 열려 있었다. 강제 침입 흔적은 없었고, 현장에서 지문 등 생체 증거들이 확보됐다.
피해자는 남편과 단둘이 살던 60대 여성으로, 사건 당시 남편은 일본으로 여행 중이었다. 피해자가 살던 아파트는 러시아 사할린 교포들만 입주한 임대아파트였고, 피해자 역시 강제 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던 부모를 둔 교포 2세로, 6년 전 한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이웃 주민들 중 현장 지문과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공항과 항구에서도 수상한 출국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급히 귀국한 남편은 슬픔보다는 덤덤한 모습으로 수상한 정황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임대 아파트 입주 조건을 맞추기 위한 위장 결혼 관계로 드러났다. 남편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이웃 주민이 있다고 제보했지만, 금융 내역과 통신 기록 등에서 어떠한 연결점도 나오지 않았다.
사할린에서 온 피해자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모아온 2만 5천 달러의 행방을 물었지만, 집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남편의 통화 내역에서는 22통 중 12통이 한 남성과 주고받은 것이었고, 이 남성은 40대의 러시아인으로 남편이 경찰서에 출석한 날 사할린으로 출국한 것이 확인됐다. 감청 결과, 두 사람은 러시아어로 “경찰이 나를 의심하는 것 같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는 것 같다”, “몸 조심하라”, “서울에 신문을 가지러 가겠다” 등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통화 상대에 대해 친구 아들이라 주장하며 건강 걱정 등을 나눴을 뿐이라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은 평소 자주 연락하던 누나와 연락이 되지 않았고, 그의 집에 출동한 결과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식탁에는 도수 높은 술과 심장약 포장지가 있었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남겨진 종이 한 장에는 자신은 결백하고, 돈을 빌린 이웃 주민이 의심스럽다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이웃 주민은 현장 지문과 일치하지도 않았다.
사할린 한인회에서는 남편의 통화 상대에게 범인이 아니면 한국에 들어가서 조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또한 남성이 체류했던 현장 근처 고시원에서 채취한 머리카락은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했다. 한국에 오게 된 남성은 유창한 한국어로 범행을 부인했지만 DNA 증거를 제시하자 남편에게 천만
원을 받고 살해를 의뢰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남편이 아내가 바람도 피우고 자신의 자녀를 무시했으며, 정부지원금까지 가져가 용돈도 주지 않는다 주장하며 살해를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류상 부부 관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유였다. 결국 남성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한국에서 처벌을 받게 됐다.
이어 KCSI가 소개한 사건은 한 공업단지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되며 시작됐다. 고물상 건물 2층에서 불이 났고, 안쪽 방의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피해자가 상체를 벽에 기대고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전 의식 불명 상태에서 범인이 살해 후, 방화를 한 것으로 추측됐다. 시신에는 무려 26군데의 자창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50대 중반의 고물상 주인으로, 평소 가족과 함께 고물상을 운영했지만 사건 당일은 홀로 있었다. 평소 밤에만 작동하던 CCTV는 사건 당일 아침부터 꺼진 상태였다. 자녀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항상 옷장에 200만 원을 보관했으나, 사건 현장에서는 사라져 있었다. 계단에서 발견된 화분 안에는 생활용품점 비닐봉투와 그 속에 비어 있는 회칼 케이스가 들어 있었다.
시신이 있던 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칼날이 발견됐고, 이는 화분 속 빈 케이스와 딱 맞았다. 주변에 논밭이라 CCTV를 확보가 어려웠지만, 형사들은 폐업 공장의 컨테이너 CCTV 속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찾아냈다. 그 점은 범인으로 추정됐고, 신고 4시간 전부터 고물상 주변을 배회했으며 2시간 후 고물상에 들어갔다가 1시간 뒤 나왔다. 그가 나간 뒤 50분 후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기에 범인으로 유력했다.
형사들은 점의 이동 방향을 따라가며 구간마다 CCTV를 수색한 결과, 범인의 특징을 확인했고 이후 현장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지역의 생활용품점에서 범인이 칼을 구매한 것이 드러났다. 특히 남성은 범행 일주일 전 칼을 구매하고, 바로 고물상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형사는 이 남성이 지난해 검거했던 절도범과 비슷하다며 제보했고, 실제로 그는 2013년 철강회사 근무 중, 보안 회선을 절단하고 CCTV도 끈 채, 5톤 짜리 트럭에 고철을 훔쳐 팔았던 전력이 있었다.
당시 판매한 고물상이 살인 방화 사건이 발생한 곳이었다. 남성은 범행을 일체 부인했지만, 현장 근처에서 수거한 담배꽁초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
눈물을 흘리며 돈이 필요했다던 남성은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이어갔고, 훔친 돈으로는 여자친구에게 자동차 할부금을 대신 내달라 했다고 말했다.
재판에서는 청력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언급하며 불우한 가정사를 핑계로 댔고, 1년 전 절도 이유에 대해서는 여자친구의 생활비를 대느라 대출까지 받았지만, 회사에서 잘렸고 다음으로 들어간 철강회사에서는 손을 다쳐 작업도 어렵고 대출 이자 감당이 안돼 절도를 한 것이라 호소했다.
이명이 생긴다는 등 말도 안되는 주장을 이어간 남성은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보복 살인에 대해서는 침묵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안정환은 “이게 된다고?”라며 “스물 여섯 번이나 찔렀는데 이게 어떻게 어떻게 우발적 살인이냐”고 분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