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궁’ 제작진이 ‘CG설’이 돌았던 ‘팔척귀’ 특수분장 과정부터 작품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까지 모두 공개했다.
지난 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귀궁’의 윤성식 감독, 윤수정 작가는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 분)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육성재 분)이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코다.
첫 회 9.2%(이후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귀궁’은 이무기와 무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참신한 소재, 왕가에 깊은 원한을 지닌 팔척귀로부터 시작된 미스터리하고 스펙터클한 서사,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는 한국 전통 귀신의 존재감 등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모으며 최종회 11%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소감을 묻자, 윤수정 작가는 “그간 방영됐던 SBS 금토드라마들이 모두 높은 시청률과 함께 큰 성공을 했었기에, 혹여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많은 걱정을 했다. 첫방 전 일주일 내내 악몽을 꿀 정도였다”라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어 “믿기지 않는 높은 첫방 시청률이 나왔고, 그 이후 쟁쟁한 경쟁작들이 있었음에도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뿐이다. 제게 ‘귀궁’은 정말 오랜만에 방송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단막극이었던 데뷔작을 제외하고 첫 단독 집필에 대본에 대한 주도권을 처음으로 온전히 가져봤던 작품이기에 더욱 기쁘고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생각하는 ‘귀궁’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윤성식 감독은 “전통적인 한국 귀물들을 소재로 한 퇴마 판타지와 현대적 감각의 혐관 로맨스, 거기에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휴먼드라마의 적절한 조화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편안함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라고 흥행 이유를 스스로 분석했다.

‘귀궁’에는 메인 귀물인 ‘팔척귀’를 비롯해 ‘외다리귀’, ‘수살귀’, ‘야광귀’ 등 한국의 전통 귀신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기존 오컬트 장르와 같이 귀신들을 극에 텐션과 공포를 부여하는 오싹한 존재에 국한시키지 않고,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다룬 점이 인상적이다.
“퇴마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귀신이나 귀물이 때때로 긴장감 있게 등장하지만, 너무 무섭게만 느끼지 않도록 표현의 수위를 조절했어요. 거기에 자칫 무겁고 진지해지기 쉬운 스토리이기 때문에, 주요 인물들에게 코미디를 가미해 긴장감 이후의 편안함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유지하려 노력했죠.”(윤성식 감독)
가장 화제를 모은 귀물은 배우 서도영이 연기한 팔척귀였다. 팔척귀는 2m 40cm의 괴기스러운 비주얼 덕분에 ‘CG설’이 돌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서도영이 전신 분장으로 직접 소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윤성식 감독은 “팔척귀는 천금휘라는 인물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반의 전쟁 장면과 마지막 회의 천도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CG가 아닌 실제 배우가 직접 연기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서도영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눈빛, 연기적 내공이 천금휘와 더 나아가 팔척귀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팔척귀의 특수 분장 비하인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윤성식 감독은 “팔척귀의 거대한 몸집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의 몸을 머리, 상체, 하체, 팔, 다리로 분리해 석고로 본을 뜨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리콘 재질의 특수 슈트를 부위별로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제작한 특수 슈트를 착용하고 그 위에 다시 특수 분장을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평균 4시간 정도의 분장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팔척귀가 착용한 불에 탄 갑옷은 그 무게만 30kg에 달하고 의상 제작비만 1억 원이 소요됐다”라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그러자 윤수정 작가는 “대부분의 회차에서 특수 분장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는데 서도영이 출연을 결정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16부 천도의식 장면에서의 그 무게감 있는 연기가 인상 깊었고 감독님께서 서도영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남녀 주인공으로 활약한 육성재, 김지연의 케미와 연기력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윤성식 감독은 “윤갑(강철)은 초반 1인 2역뿐 아니라 반인반신의 판타지적 인물을 소화해하고, 로맨스, 코미디,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적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다. 육성재가 그런 다양한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재능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또 김지연에 대해서는 “여리는 내면 깊숙이 진한 아픔과 슬픔을 내포하지 있지만 동시에 무녀로서의 카리스마와 강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김지연이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강단 있는 무녀 역할도 잘 소화해냈지만, 무엇보다 강철이와의 혐관 로맨스에서 훌륭한 케미를 선보여서 만족스러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윤성식 감독은 “‘귀궁’은 인간을 끔찍이 증오하던 이무기 강철이(인간에게 빙의된)가 끝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어느 이름 없는 무녀와 비극적인 가족사 속에서도 오직 백성들을 위하는 왕의 삶에 감동받아 인간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다. 그래서 결국, 다시 인간에게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다. 이런 마음이 시청자분들께도 닿았기를 바란다”고 작품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