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음악의 기세가 나날이 거세지는 가운데, 소리없이 사라지거나, 생각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음악들이 대개 존재한다.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획사들 외에도 수십개의 중소기획사들이 아이돌 음악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곡은 손에 꼽는다. 우선적으로 음원 사이트 내 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려야 대중의 시선을 끌게 되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차트에 진입 실패한 곡들은 사실상 대중에게 소개 한 번 하지 못한 채 묻히는 게 다반사.
또한 팬덤 수준에 따라 음악의 인기 척도가 결정되는 현 아이돌 시장 시스템 탓에 기획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매년 K팝이 글로벌 해지면서 좀 더 다채롭고, 다양한 그룹들의 노래도 소개할 필요될 필요가 있다. 아티스트 소속사가 대형이든, 소형이든 ‘좋은 노래’는 묻히지 않고 더 널리 퍼져야 한다. 가리지 않고 소개하는 시간, 두 팀의 곡을 들여다보는 ‘K팝 이곡저곡’이다.
◆ 르세라핌 ‘스파게티’
그룹 르세라핌이 르세라핌했다. 하이브 내에서도 유독 색 짙은 음악을 해왔던 이들이다. 지난달 24일 신곡 ‘스파게티’를 발표했다. 무려 소속 선배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피처링이 곁들여진 곡을 들고 말이다.
‘스파게티’는 르세라핌을 이에 낀 스파게티에 빗댄 얼터너티브 펑크 팝 장르의 곡이다.
“숨 쉬듯 찾는 네 밥상”, “EAT IT UP” 등 직관적인 가사와 후킹한 후렴구로 중독성을 극대화한다. 보편적인 아이돌 음악보다 음 높낮이가 크지 않고 읊조리는 듯한 노랫말로 리스너들에게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곡이다.
감칠맛 넘치는 제이홉의 래핑에 ‘신남’은 덤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르세라핌과 제이홉의 보컬, 래핑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 같다. 오히려 저음 처리하는 게 어려운 법인데, 불규칙적인 노랫말들을 유니크하게 표현했다”고 높게 평했다.
르세라핌과 제이홉이 협업을 한 과정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하이브 내에서도 보컬적으로 잘 어울리는 남녀 아이돌 선후배 아티스트가 뭉쳐 완성도 높은 곡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역주행, 아니 정주행 인기를 사수할 자격이 있다.
◆ 누에라 ‘BNB’(Beauty and the Beast)
누에라는 지난 6월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n: number of cases’으로 초동 20만 장을 돌파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앨범이었다.
타이틀곡은 ‘N’이나 기자의 귀를 좀 더 간지럽혔던 건, 수록곡 ‘BNB’(Beauty and the Beast)였다.
‘BNB’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 속에,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의 모습을 알아봐 주는 누군가를 운명처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는 동화 속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특히 탄생과 성장을 옆에서 함께하고 있는 누에라와 팬들의 서사가 담겨 큰 호응을 받았다.
팬들에게 애정을 전하는, 달달한 노래만큼이나 멤버들의 보컬도 감미롭다. 멜로디 역시 리드미컬한 느낌의 밝은 톤을 유지한다. ‘청량 소년미’ 치사량 ‘100%’다.
누에라 관계자에 따르면 ‘BNB’는 플럭석스(Fluxus)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신스 팝 장르 속에 순수한 감정선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트랙이다. 멤버들도 해당 노래 녹음 순간만큼은 순수하고 행복한 느낌이 가득했다고.
관계자는 “멤버들이 팬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누에라의 탄생과 성장을 옆에서 함께해 준 팬들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노래로 표현하고자 완성했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