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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11년 만의 대기록은 어떻게 나왔나[MK무비]

양소영
입력 : 
2025-02-10 18:07:17
‘서브스턴스’ 사진|NEW
‘서브스턴스’ 사진|NEW

‘서브스턴스’가 지난해 12월 개봉 후 두 달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외화 독립 예술영화가 40만 명 관객을 넘은 것은 2014년 청불 등급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11년 만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서브스턴스’(감독 코랄리 파르쟈)는 당초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12월 11일 개봉 후, 1월 첫 주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9일부터 역주행을 시작해 13일 10위권으로 재진입하고, 17일에는 3위까지 오르며 개봉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이었던 개봉 53일 차인 1일에는 상영 중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4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서브스턴스’는 여전히 박스오피스 5위권에 안착,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50만도 꿈만은 아니다.

청불 영화 ‘서브스턴스’는 어떻게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을까.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를 표방한다. 한때 아카데미상을 받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스타였지만, 현재는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활동 중인 엘리자베스(데미 무어)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통해 젊고 아름다운 수(마가렛 퀄리)로 변신할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파격적으로 담았다.

젊음을 좇는 사람들의 욕망, 이를 부추기는 시선들에 대해 통렬한 풍자를 가한다. 이를 위해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이에 ‘보디 호러’라고 불릴 만큼 후반부에는 기괴하면서도 피가 낭자하는 등 ‘고어물’같기도 하다. 두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장면과 141분이란 긴 러닝타임에 호불호가 나뉠만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약속을 앞두고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고 더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완성하려다가 끝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예쁜 여자는 항상 웃어야 해”라며 끝까지 웃음을 강요하는 하비의 모습 등에서 자기혐오와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선들을 향한 풍자 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서브스턴스’ 사진|NEW
‘서브스턴스’ 사진|NEW
‘서브스턴스’ 사진|NEW
‘서브스턴스’ 사진|NEW

물론 ‘서브스턴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 데미 무어의 광기 어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팝콘 배우라고 불렸다는 데미 무어는 ‘서브스턴스’에서 노출도 불사하고 9시간에 달하는 특수 분장도 감내하며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다. 엘리자베스에 다른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완벽한 열연을 보여준다.

더욱이 데미 무어가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생애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또 한번 주목 받았다.

45년 만에 연기상을 수상한 데미 무어는 “30년 전, 어느 프로듀서가 나를 팝콘 배우라고 말해서 이런 상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돈을 많이 버는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믿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미친 대본을 발견했고 그게 ‘서브스턴스’였다. 이런 여자를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예쁘지 못하거나, 충분히 날씬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고 그냥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순간에 어떤 여자가 타인의 판단기준만 내려놓으면 자신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해줬다. 오늘의 영광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거기에 속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선물로 받겠다”는 영화의 메시지와 연결되는 수상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

크리스티 초이스에서 또 한번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데미 무어는 다음 달 열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청신호를 켰다. 이처럼 데미 무어를 향한 관심까지 더해져 ‘서브스턴스’를 향한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꾸준히 국내에 해외 독립 영화들을 수입해 소개하고 있는 배우 소지섭 ‘픽’이라는 사실도 주목 받았다.소지섭이 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는 수입배급사 찬란이 ‘서브스턴스’를 수입한 곳이기 때문.

‘서브스턴스’를 배급한 NEW 유통전략팀 신재승 과장은 ‘서브스턴스’의 흥행에 “초반에는 할리우드 쇼 비즈니스, 페미니즘 등 여러 주제를 파격적인 연출로 풀어낸 영화로 예술영화의 주 타깃인 2030 여성 관객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후 굿즈 상영회, 데미 무어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등으로 화제성을 유지하며 입소문에 불이 붙은 이후로는 친구, 커플 단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타깃 관객들이 극장을 찾으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기존 청불 영화보다 깊어진 수위와 표현 방식을 영화 자체의 매력으로 받아들여준 관객들의 도전 정신이 극장에서 장기 흥행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 관객들이 마음을 사로잡은 ‘서브스턴스’의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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