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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원동력은 진심”…박천휴 작가가 전한 ‘토니상 6관왕’ 비하인드(종합)[MK★현장]

손진아
입력 : 
2025-06-24 16:04:54

한국 뮤지컬 역사를 새로 쓴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가 수상 비하인드를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라이브홀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을 느끼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6년 국내 초연 후 지난해 11월 뉴욕 맨하탄 벨라스코 극장(Belasco Theatre)에서 정식 개막하며, 오리지널 스토리의 국내 창작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 쾌거로 화제를 모았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 6월 8일(미국 현지 시각)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까지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포함한 주요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는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됐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토니어워즈에서 수상한 최초의 사례다.

박천휴 작가는 “(6관왕 당시) 연락을 많이 받았다.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두고 왔는데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신기하더라. 그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어떻게 보면 그렇게 있다는 게 신기하고 무게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후보에 올랐을 때)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 사람이다. 뭔가 기대를 하다가 안 될 경우에 실망감이 있을 것 같아서 후보 발표가 났을 때 너무 기뻤지만 설마 우리가 되겠어? 기대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떠올리며 “그날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너무 기쁘고 당황스럽고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었다. 복잡미묘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박천휴, 윌 애런슨 두 창작자가 공동 작업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구상을 시작으로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6년 국내 초연을 거쳐 2024년까지 총 다섯 시즌 공연됐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박천휴 작가는 “영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개인적인 것이긴 한데, 당시 오랫동안 교제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가장 친구가 암으로 8개월 만의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받지 않았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있는데 한 노래가 흘렀다. 가사에 노랫말에 귀를 기울였더니 모두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 가사들이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전부 다 노트북과 핸드폰만 보고 있는 거다. 어느 순간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상대방보다는 스크린을 더 보는 모습을 보면서 로봇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라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작점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영어 버전인 ‘Maybe Happy Ending’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작품의 구상 초기부터 현지화를 염두에 두고 접근한 윌휴 콤비의 오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6년 뉴욕 낭독 공연을 시작으로 2020년 애틀랜타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팬데믹을 지나 2024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현지화에 맞게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반딧불이(Fireflies)’로 불리는 팬덤이 형성되었고,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흥행 궤도에 올랐다.

박천휴 작가는 “모든 과정이 어떤 교육의 과정이었다. 대본을 완성한 순간부터는 함께 작업하는 공동 작업이지 않나. 스탭이 세분화된 건 사실이고 동시에 조심스러운 부분, 어디까지나 내 임무를 완수해야 피해가 안가겠구나 생각이 있었고, 이민자로서 항상 습관화된 게 있는데 내가 여기 출신이 아니니까 이렇게밖에 못하나 보다라는 개인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성격이 I인데 E처럼 모두와 잘 어울리려고 했다”라며 노력한 점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의 원동력에 대해서는 윌휴 콤비의 ‘진심’을 꼽았다. 박천휴 작가는 “사실은 정말 모르겠다. 그나마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와 윌은 치열하게 작업한 편이다. 한 글자 가지고도 며칠씩 싸우기도 했다. 진심이었던 것 같다. 우리한테 서로 창피하지 않다 보면 그게 관객들이 보시기에도 납득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을 수상하기까지 한국 관객의 힘이 컸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만약 한국에서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해주시지 않았다면 설정도 바꿨을 것 같다. 한국에서 공감이 쌓여있다 보니까 제가 이걸 믿고 가다 보니 고집을 부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한국의 관객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너무 감사하게도 같은 포인트에 웃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눈물을 흘려주시는 게 가장 인상 깊었다. 저희 공연이 마니아 관객이 한국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도 재관람률이 높은 편이라고 들었다. 다른 부분이라고 하면 한국은 되게 감동했을 때 속으로만 표현하는 편인데 브로드웨이는 박수 치고 물리적으로 반응을 표현해준다. 그게 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토니어워즈 수상까지 겹친 ‘어쩌면 해피엔딩’은 6월 현재 전 회차 매진을 기록 중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오픈런 공연으로 현재 내년 1월까지의 티켓이 오픈 되어 있으며, 더불어 북미 투어 또한 내년 하반기 시작으로 예정돼 있다.

윌휴 콤비는 한국으로 돌아와 오는 10월 개막을 앞둔 1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예정인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기념 공연은 오는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한경숙 프로듀서는 “한국 무대 디자이너 분이 굉장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압박감에 시달리고 계신데 저는 한국 공연이 브로드웨이 지침서 같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연의 대본과 음악 자체가 완벽하다. 두 창작진이 지문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담아냈고 무대에서 구현해야 할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적어놨다.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서 보완하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보신 관객들에게는 익숙하면서 반가운 무대가 되고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감성을 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박천휴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박천휴 작가는 “대본과 음악이 바뀌는 건 없다. 10년째 하고 있는 이 공연을 브로드웨이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해서 굳이 바꾸고 싶지는 않고 우리의 정서를 지키면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게 굉장히 기쁜 일이다”라고 밝혔다.

[명동(서울)=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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