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지훈(44)이 ‘귀궁’을 통해 어진 임금의 아우라부터 팔척귀에 빙의된 빌런의 카리스마까지 선보이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지난 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귀궁’(극본 윤수정, 연출 윤성식 김지연)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 분)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육성재 분)이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코다.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지훈은 “촬영할 때는 오래 걸리고 힘든데, 방송은 늘 금방 지나가서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래도 고생한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보람을 느끼고,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첫 회 9.2%(이후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귀궁’은 이무기와 무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최종회 11%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귀궁’의 높은 시청률을 예상했냐는 말에 김지훈은 “예상은 아니지만 바람은 있었다. 한 톨의 후회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잘 봐주셨으면 했다”면서 “방송 후에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사람들이 ‘팬이에요’가 아니고 ‘귀궁 잘 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럴 때 인기를 실감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극중 강성한 나라를 꿈꾸는 개혁 군주 이정으로 분한 김지훈은 기존 사극 속 왕 캐릭터의 전형을 깨는 트렌디한 모습으로 이목을 끌었다. 강철의 하극상에도 특유의 능글미로 신의를 쌓아갔고, 중전(한소은 분)을 바라볼 때에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연기했다.
“처음에는 왕의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을 생각해서 정통 사극 톤으로 잡았는데, 대본을 보다 보니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시청자들이 보기에 자연스러운 톤을 찾으려고 했어요. 왕이라는 모습은 이정의 페르소나 중 하나에 불과한 것 같아요.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 중전을 사랑하는 남자, 귀신에게 압도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까지 표현하려고 했죠.”
김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팔척귀에 빙의된 후, 정의로운 왕 이정의 얼굴을 지우고 ‘폭군’으로 둔갑해 광기어린 폭주를 이어간 것이다.
두 인물에 어떤 차이점을 두려고 했냐는 질문에 김지훈은 “목소리부터 똑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원한과 분노가 팔척귀의 원동력인 만큼, 팔척귀를 연기할 때는 깊은 곳에서 나오는 발성을 썼다”라고 말했다.
이어 “표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습을 했다. 이전에 사이코패스나 센 역할을 했던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래도 전에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성이 잠식돼서 분노와 원한만 남은 상태로 보이길 바랐다”라고 부연했다.

감정을 많이 쏟아 붓는 연기를 한 만큼, 체력 관리는 필수였을 터다. 그는 “거의 전국 목욕탕 투어를 한 것 같다.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방법으로 체력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비타민도 하루에 10,000mg씩 먹었다. 운동을 평소에 꾸준히 해서 웬만한 작품은 여유 있게 끝나는 편인데, 이번에는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귀궁’에 출연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지훈은 “이 정도로 내가 다 가진 것을 쏟아 부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역량이 있어도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보여주지 못하는데, 몇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다. 배우로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성한 나라를 꿈꾸는 이상적인 군주, 병든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팔척귀에 잠식되어 광기를 드러내는 폭군까지. 이정의 다양한 얼굴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 받은 베테랑 배우 김지훈. 그에게 연말 시상식 수상 욕심은 없냐고 물었다.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까 마음을 비우게 되는 것 같아요. (상을) 주시면 감사하지만, 크게 연연하진 않아요. 저는 진짜 괜찮은데, 엄마는 아니신가 봐요. 자꾸 ‘아들, 올해 대상 타야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오히려 베스트 커플상이 욕심나요. 육성재와 베스트 커플상, 노려봐도 괜찮을까요?”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